건국대 한국어 강사 천막농성 장기화
"학교 측 집단교섭의 기본 원칙 존중 필요" 목소리
박지원 김은채 김채희
8/14/2025 5:25:45 PM 등록 | 수정 8/14/2025 5:26:10 PM
기획
사회

건국대학교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들의 천막 농성이 80일을 넘기고 있다.
그러나 학교와 노조의 소통 부재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사들과 학교 측의 갈등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시작은 연장수당과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처우 문제였다.
학교 측은 강사측에게 이를 포기하는 조건의 합의서를 제안했고, 부당함을 느낀 강사들은 지난해 8월 25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학교측은 같은 해 11월 ‘강의전담교수’라는 명칭으로 20명 이상의 강사를 추가 채용하고, 강사 1인당 배정되는 수업 시간인 ‘강의시수’를 조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주 평균 23시간을 강의하던 강사들은 10~16시간 수준으로 줄었고, 실질 임금도 감소했다. 학교측은 또 무기계약직이었던 강사들에게 3개월 단위 계약인 ‘위촉 계약직’ 전환을 요구했다.
강사들은 이같은 학교측의 대응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조합원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실제로 겨울학기부터 노조 조합원 33명 중 31명의 강의시수가 줄어든 반면, 비조합원은 34명 중 14명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문에 강사들은 대규모 신규 채용도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탄압 구조’라고 비판했다.
반면 학교 측은 “강의시수 변경은 학생 수 감소 등의 사유일 뿐 노조 설립과 상관 없다”고 주장했다.
강의 시간 배정에 있어 조합원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는 주장에는 "노조원과 비노조원간 시수 배정 적용 기준과 원칙은 모두 동일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학교 측과 타협을 위해 2월부터 총 14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단 한번도 협의안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4월, 서울지방노동청의 조정을 통해 일부 논의가 이뤄졌다.
노조는 ‘20년간 유지돼 온 주 20시간의 기본시수보장’을 공식 계약에 명시해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학교 측은 ‘학생 수 500명 이상일 경우 주 15시간 보장’이라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이같은 상황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생명과학대학 이하랑 학생은 “행정관 앞에서 시위가 진행 중인 것은 알았으나 시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라고 답하는 등 학생들은 관심이 없어 보였다.
공과대학 이지원 학생은 “학교에서 실시한 ‘한국어강사노조 교내 집회·시위에 대한 구성원 설문조사’를 본 적이 있다"며 "설문에서 ‘집회·시위 소음으로 인해 강의에 집중할 수 없었다’, ‘집회·시위 참가자가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다’ 같은 항목이 있었는데, 설문 문항이 부정적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성진 노무사는 이 사안에 대해 "실질적 합의를 위해서는 학교 측이 집단교섭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고 성실하게 대화에 나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도 단순한 노사 갈등의 중재자가 아니라 노동 기본권의 보호자라는 점을 자각하고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감독과 조치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양측의 보다 책임 있는 태도와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사들의 처우와 노동 조건은 교육의 질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단순한 노사 갈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은 교육 공동체이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건국대구성원으로서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