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자유전공학부 도입 1년...혁신과 졸속개편 사이
"대체로 정착" 평가에도 "개선 필요" 목소리도
김다연 김현서 박솔 송운호
8/14/2025 5:28:25 PM 등록 | 수정 8/14/2025 5:29:10 PM
기획
사회

우리 대학이 ‘KU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났다.
올해 처음 도입된 상허교양대학 KU자유전공학부는 우리 대학에 있는 12개의 단과대학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전공을 체험한 뒤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학부다.
도입 1년을 맞은 현 시점에서 이 제도는 대체로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체감하는 이 제도에 대한 실효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 등 제도의 완전 정책을 위해서는 개선해야 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취재팀은 KU자유전공학부 학우들을 만나 학부 생활과 수업 경험, 전공 설계 과정, 진로 탐색의 고민에 대해 들어보고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필요한 점을 살펴보았다.
KU자유전공학부 도입 과정
지난해 4월, 우리 대학은 ‘KU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
전공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 초기부터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제도가 학생들과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도입돼 초기부터 학생 사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KU자유전공학부 도입 발표 이후 학생사회에서는 ‘대학 순위 10등, 신용등급 10등급’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자보가 부착되고, 행정관 내에서는 시위가 벌어졌다. 대자보에는 “우리는 구성원 간의 소통을 생각하는 대학을 강력하게 원한다”며 “소통 없이 진행되는 학사 구조 개편과 같은 현 상황이 우리는 구성원이 아니라는 박탈감으로 이어진다”는 글이 게재됐다.
이에 대해 대학 본부는 지난해 4월 23일 입장문을 통해 “자유전공학부 도입 여부와 비율에 따라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추가 지원금이 결정될 예정이어서 대학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추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며 “학내 구성원 여러분의 걱정과 예상되는 피해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후속 대책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여, 학사구조 개편 이후 업무를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이 제도는 도입 1년을 맞은 현재는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U자유전공학부 도입 배경
KU자유전공학부 도입 배경을 살펴보면, 교육부의 고등교육 혁신 정책과 관련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2024 대학 혁신 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빅 블러(Big Blur, 산업화, 기계화 등 빠른 변화로 인해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는 현상)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무전공제 도입을 권장했다.
즉 무전공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발맞춰 창의적 융합 인재를 양성하고, 전공과 직업 간 불일치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 대학을 포함한 수도권 51개 대학은 교육부의 혁신지원사업에 따라 무전공 입학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교육부는 전국 117개 일반재정지원대학을 대상으로 총 8,852억 원 규모의 혁신 사업을 추진했다. 지원금은 상반기 포뮬러 사업비와 7월 인센티브로 나뉘며, 지난해부터 인센티브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이때 인센티브 지원금 지급 평가 기준은 △교육혁신 성과 80점 △유지 충원율 10점 △자율 성과지표 10점이다. 무전공제를 운영하는 대학은 교육혁신 성과 항목에서 10점의 가산점을 받는다. 따라서 대학들은 해당 국고보조 사업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재원을 확보하고, 학사 구조 개편과 교육 혁신 과제에 재투자하는 등의 이점을 위해 무전공제의 발 빠른 도입을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운영됐나
2025학년도 신설된 우리 대학 KU자유전공학부는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통해 미래 사회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U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여러 지원을 통해 전공을 탐색하고, 2학년 1학기에 올라가며 선택적으로 전공에 진입할 수 있다. KU자유전공학부는 수의과학대학·예술디자인대학·사범대학 전 학과와 공과대학 일부 학과(신산업융합학과, K뷰티산업융합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다.
2025학년도 기준, KU자유전공학부는 수시 전형으로 308명을 모집하며, 정시에서는 가군 60명을 선발한다. 이 외에도 문과대, 이과대, 사회과학대, 융합과학기술원, 생명과학대학 등 단과대 자유전공학부도 수시 및 정시에서 별도로 모집하고 있다.
현재 KU자유전공학부는 학생들의 전공 탐색과 진로 설계를 돕기 위해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멘토’ 제도는 자유전공학부생이 각 단과대학의 학사 지도교수 및 선배들과 연결돼 학과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일부 학과는 멘토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도전 정신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RC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학기에는 현장 탐방, 학술회, 멘토링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2학기에는 졸업생, 산업 전문가 초청 특강으로 구성된다. RC 프로그램 내 ‘구슬탐험대’는 전공·진로 탐색을 위해 외부 기관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1학기에는 오뚜기 중앙연구소, 국회 입법조사처, SK이노베이션 등을 견학했다. 참가자 만족도는 평균 4.9점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도 Vision Quest 프로그램은 전공 설계 워크숍, 전공 설명회, 전공 간담회로 구성돼 있다. 워크숍은 1학기 전공 탐색 진로 로드맵 작성, 2학기 자기 전공 설계 중심으로 분반별로 운영된다. 특히 지난 4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제1회 전공탐색 박람회 ‘KU 어드벤처 전공탐험대’가 진행됐다. 박람회에는 40여 개의 전공이 부스 형식으로 참여해 진로 탐색을 도왔다.
다만, 전공 부스마다 정보 제공자의 유무에 따라 정보 접근의 편차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공 간담회는 교수, 졸업생, 재학생 등이 함께하는 자리로 학기 중 정기적으로 열리며, KU자유전공학부 학생뿐 아니라 전체 학부생에게도 개방된다.
KU자유전공학부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
KU자유전공학부의 체계는 갖춰졌지만, 학우들이 체감하는 제도의 실효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석(상교대·자전25) 학우는 “전공을 탐색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에 관심을 가지게 돼 학과에 지원하게 됐다”며 “학사지도상담 등과 같은 개인별 전공진입에 관한 부분까지 운영되고는 있지만, 희망학과 교수님과의 대화와 상담의 기회가 거의 없어 해당 학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 습득은 부족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문과대 진입을 희망하고 있음에도 설명회나 박람회에서 문과대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공과대학 중심의 안내에 치중돼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전공 탐색을 위한 ‘원멘토’ 제도 역시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김 학우에 따르면 멘토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위해서는 학우들이 먼저 연락을 시도해야한다. 이로인해 참여를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특정 학과는 멘토가 참여하지 않아 원하는 전공의 정보 자체를 얻기 어려웠다. 실제로 KU자유전공학부 재학생 51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멘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우는 24명에 불과했다. ‘원멘토 참여가 전공 탐색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재학생도 전체 응답자 중 29.4%에 그쳤다.
올해 처음 신설된 만큼 학과 생활의 부재도 문제로 제기된다.
권민성(상교대·자전25) 학우는 “학과에 약 300명이 넘는 학우들이 있고 조 또는 분반 형식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다양한 학우들이랑 친해지기 어렵다”며 “선배가 없기 때문에 학기 초 학교 행사나 활동 등을 직접 찾아보고 물어보러 가야 한다는 점과 소속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실효성 있는 개선책 마련 필요
오는 9월부터는 2026학년도 KU자유전공학부 신입생 모집이 진행된다. 1월 중에는 현재 재학 중인 KU자유전공학부 학우들의 본격적인 전공선택 또한 시작된다.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자유전공학부 운영을 위한 점검 및 개선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수강신청 과열 및 전공 쏠림 현상에 대한 예방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우리 대학 KU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신찬영(상교·자전25) 학우는 “인기 학과에 학생들이 몰릴 경우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경험해보고 싶은 전공은 다양하지만 현실적으로 강의 인원수가 제한돼 있다”고 전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경우, 전공 쏠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 학과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과기대 자유전공학부 신설추진단에 따르면 자유전공학부는 지난 1학기 동안 총 3회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를 통해 전공 수요를 미리 파악해 수강인원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학과 적응과 전공 탐색을 위한 체계적인 네트워킹 시스템도 중요 개선점으로 언급된다.
지난 전공설명회에 참석한 우리 대학 중어중문학과 당윤희 교수는 “자유전공학부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 선배와 교수진의 적극적인 멘토링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기존 전공 학생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공 선택 과정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대학 융합혁신교육센터 김현중 주임은 이에 대해 “학과 내 교수님과 선배, 원전공 신입생들과의 교류 및 소속감 강화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고 전했다.
그는 “자유전공학부를 통해 학우들이 관심 있는 전공에 대한 탐색을 기반으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