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처리 개수대 설치했더니 확 달라졌어요"
문과대 시범 운영 개수대 '효과 만점'
김하늘 노해원 이혜주
8/14/2025 5:30:55 PM 등록 | 수정 8/14/2025 5:31:32 PM
기획
사회

건국대학교 인문학관 내 설치한 음료 처리 개수대(이하 개수대)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번 학기부터 시범 운영한 개수대가 반복되는 교내 음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제공한 것이다.
개수대는 먹고 남은 음료를 처리 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학생들은 남은 음료를 개수대에 버린 뒤, 플라스틱 컵과 컵홀더, 빨대를 기존 쓰레기통에 분리 배출하도록 하고 있다.
설치된 개수대는 각 단과대학별 관리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문과대학 학생회 <새빛>은 쓰레기통 위 쌓인 많은 음료 쓰레기 문제를 개선하기위해 인문학관에 개수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문과대 학생회에 따르면 개수대 설치 이후 음료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쓰레기통 위나 주변에 음료 쓰레기가 무질서하게 놓이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인문학관을 자주 이용하는 이예강 학우(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개수대가 설치되고 나서 확실히 쓰레기통 위에 음료를 그냥 두고 가는 사람이 준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인문학관을 관리하는 환경미화원 김참연 씨는 “원래 쓰레기통 위에 음료 쓰레기가 정말 많아서 곤란했지만, 개수대 설치 이후에는 확실히 없다”고 밝혔다.
개수대는 지난해 이미 경영학관과 해봉부동산학관에서 시범 운영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1층에 레스티오와 카페ING이 위치한 경영학관과 해봉부동산학관은, 개수대 설치 이후 쓰레기통 위 음료 쓰레기가 크게 감소했다.
경영대학 학생회 <온길>은 “화장실에서도 처리가 어려운 음료를 개수대에서 처리할 수 있다”며 개수대 설치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부동산과학원 학생회
◇ "남은 음료 처리하기가 번거로워요"
쓰레기통 위에 쌓인 음료 쓰레기는 학생들의 음료 처리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음료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는 이유로 ‘번거로움’을 꼽는다.
국어국문학과 함동균 학우는 "쓰레기통과 화장실 간 거리가 멀면 음료 처리가 귀찮아진다"고 말했다. 시스템생명공학과 지나 학우는 "근처에 세면대나 개수대가 있다면 음료 처리를 잘 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분리수거를 잘 하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건국대학교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지난 3~11일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7.5%가 음료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대다수는 음료가 남아 있어도 일반쓰레기에 버리거나, 플라스틱과 컵홀더만 분리해 처리한다고 답했다.
남은 음료를 제대로 분리 배출하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 66.7%는 '번거로워서', 25%는 '음료를 분리 배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개수대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의 경우, 화장실 외에는 남은 음료를 처리할 곳이 없어 많은 학생이 이를 번거롭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응답자는 '남은 음료를 화장실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번거로워서) 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곧 개수대 설치가 학생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어 음료 쓰레기 처리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는 음료 쓰레기
쓰레기통 위에 놓인 음료 쓰레기는 또 다른 음료 쓰레기를 불러온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4.9%는 이런 광경에 불쾌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중요한 것은 응답자의 92.3%가 쓰레기통 주변 정리 수준이 본인의 음료 쓰레기 처리 방식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결국 미관상 좋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쓰레기통 위 정리되지 않은 음료 쓰레기 옆에 똑같이 음료 쓰레기를 올려둔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과대학 학생회는 “한 사람이 음료 쓰레기를 쓰레기통 위에 올려두면 이후에는 암묵적인 동조처럼 다른 사람들도 우르르 그 위에 따라 두는 것을 느꼈다”며 “무심함이 반복되는 모습이 생각보다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음료 쓰레기 문제는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위생 문제로까지 번진다. 특히 여름철에는 악취와 벌레가 꼬이는 문제가 악화되기에 빠른 개선이 요구된다. 문과대학 학생회는 “여름에 악취가 심해지기 때문에 개수대 설치를 서둘렀다”고 밝혔다.
◇ 개수대와 다회용기로 가꾸는 깨끗한 캠퍼스
인문학관과 경영학관, 해봉부동산학관의 개수대 시범 운영 사례는 개수대 설치가 음료 쓰레기 문제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개선 방안임을 알려준다.
학생들 또한 개수대 설치를 통한 변화에 긍정적이다. 국어국문학과 함동균 학우는 “개수대로 미관도 좋아지고 분리수거도 편하다”며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편하고 좋다”는 밝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조유빈 학우는 “더 이상 번거로움을 감수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고 음료 쓰레기가 줄어든 것이 잘 느껴져서 좋았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개수대 도입은 교내 구성원들의 분리수거 실천을 유도하는 환경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교내 음료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개수대 설치가 교내 모든 건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스템생명공학과 지나 학우는 “분리수거통 옆에 안내문은 개수대 보다는 그닥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다.
행정학과 김준모 교수는 “교내 개수대 설치 확대는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개수대 위치 ▲세척 방안 ▲관리 주체 ▲비용 부담 등 여러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내 음료 쓰레기 문제의 또 다른 개선 방안으로, 잠실야구장에서 시행 중인 ‘다회용기’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음료 쓰레기 문제를 만드는 일회용품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잠실야구장 내 38개 식음료 매장에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기를 시범 도입했다. 올해에만 약 60만 개가 사용돼 폐기물 약 17톤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서울시청은 시민들이 다회용기 사용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다회용기 사례가 학교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말한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조명환 생활폐기물감량팀장은 “다회용기는 충분히 학교에서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행정학과 김준모 교수는 “개수대나 다회용기 같은 환경적 인프라는 단순 편의시설을 넘어 구성원들의 생활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의미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조명환 팀장은 교내 음료 쓰레기 문제 개선을 위해서 학생과 학교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다. 학교는 시설 정비와 예산 투자, 학생들은 실천을 통해 교내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 깨끗한 캠퍼스를 위해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