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온라인 강의 문제 심각하다

교수-학생 신뢰위기...학습권과 교육책임 관점서 개선해야


김경민 한철권 사요
8/14/2025 5:33:57 PM 등록 | 수정 8/14/2025 5:34:21 PM
기획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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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강의 내용이 오늘 수업에도 되풀이 된다면?
시간이 지나고, 시대는 변했는데 진부한 수업이 계속되고 있다면?

2021년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강의가 정착되었다. 이와함께 강의 재사용도 흔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시의성 부족과 품질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키며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건국대학교 A교수가 담당한 2024년 2학기 심화 교양 과목의 온라인 강의 사례를 살펴보자.
수업이 진행되면서 수강생들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강의 내용이 재탕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었다. A교수는 강의 대부분을 2~3년 전 동일한 과목의 영상으로 대체했다.

강의 자료도 당시의 것과 동일하거나 거의 변함이 없었다.
강의 예시와 내용, 과제와 시험 설명까지 과거 자료를 그대로 사용했고, 현재와 맞지 않는 내용도 포함됐다. 학생들은 피드백 없이 낡은 콘텐츠로 학습해야 했고, 이는 수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또한 강의 속 공지와 실제 운영 사이에도 괴리가 있었다. 재사용된 강의에서는 “강의자료 15주차는 시험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안내했지만, 실제 시험은 15주차를 포함하여 출제된 것이다.
이같은 정보 전달의 문제는 학생들의 혼란과 수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이 강의에서는 시험 범위와 관련한 공지 오류로 인해, 건국대학교 e캠퍼스 내 질의응답 칸에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학생들의 주요 불만은 공지된 내용과 실제 시험 범위의 불일치, 그리고 그에 따른 성적 처리 문제였다.

이에 A교수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선택지는 ▲일주일 뒤 동일한 시간에 재시험, ▲종강 이후 재시험, ▲15주차 범위의 전체 만점화, ▲15주차 부분만의 재시험 등 네 가지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어떠한 사과나 공식적인 설명도 없었다. 당시 수강생이었던 임지윤 씨는 “시험을 일주일 전에 본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수업을 선택하였는데 재시험을 본다면 일정이 모두 취소가 되어야 하기에 재시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강생 박지홍 씨는 “이게 재시험을 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시험 문제가 작년이랑 동일하게 나왔다. 족보를 구한 학생들은 모두 만점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불만으로 학생들 간에 의견 충돌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강의 재탕이 곧 시험지 재탕으로 이어지는 방치형 수업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교수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결국 투표수가 제일 많은 15주차 범위의 만점화를 실행한 후, 별다른 공지 없이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강의 재사용은 비단 이 강의의 문제만은 아니다. e-러닝 수업의 전반적인 문제다.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강의평에서도 e-러닝 강의재사용의 지적이 많았다. 강의 재사용과 그로 인한 피드백 부재 문제는 대학 전반의 학습 환경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취재팀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서 모든 응답자는 ‘강의 재사용은 문제다’라고 답했으며, 이 중 39%는 실제로 피해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질의응답 및 상호작용 부재”를 문제로 지적한 응답이 다수였으며, ‘피드백 세션의 의무화’를 개선책으로 제시한 비율도 15%에 달했다.

강의 재사용의 핵심 문제는 단순히 영상이 반복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의 상호작용 없이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강의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며, 이는 결국 학생들의 불만과 불신을 키우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형평성 문제와 학생 간 갈등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신뢰 위기로 번지고 있다.
설문에서도 ‘교수자의 교육적 성의 부족’(34%), ‘최신 정보 반영 부족’(34%) 등 강의 질 저하에 대한 불신이 드러났으며, 일부 학생은 “재탕 강의 하나 올라오는 걸 보면 우리가 자원봉사자인가 싶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 측 “콘텐츠 최신성 기준 강화하겠다”…우수 인증 교과목은 예외

강의 재사용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에 대해 건국대 교수학습지원센터 측은 “우리 대학은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 제17조에 따라 매 학기 신규 콘텐츠 제작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로부터 우수 e러닝 인증을 받은 과목은 3년까지 콘텐츠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향후 강의평가 문항에서 ‘콘텐츠의 최신성’ 항목을 보다 구체화해, 학생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학교측의 대응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강의평가에 목소리를 담기엔 한계가 있다”며 실질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사전 고지 의무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강의 콘텐츠가 곧 수업의 전부가 되는 이러닝 수업 환경에서, 콘텐츠의 품질은 학습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학교는 교수자에게 강의 운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지도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교수자 역시 매 학기 강의 콘텐츠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과거 자료를 단순 재사용하기보다는 참고 자료로 제공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강의 재사용 문제는 비단 건국대학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다른 대학에서도 매년 지적되는 문제로,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의견에 맞춰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다.

성균관대 교수학습혁신센터 티칭팁 측은 온라인 콘텐츠의 설계 및 녹화 주기 매뉴얼을 마련을 제시하고 있다.내용에 큰 변화가 없는 기본 개념과 이론을 다룬 강의는 3년주기, 최근 연구 및 동향 등을 다루는 녹화 강의는 1~2년 주기, 빠르게 변화하는 도구와 실무에 관한 강의는 매년 주기로 리뉴얼하겠다는 타협책을 내민 것이다. 또한 리뉴얼할 콘텐츠를 선정할 때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방법을 소개하였으며, 체계적인 리뉴얼 계획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난 강의 재사용 주기를 조정하는 방안은 소극적인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대학에서는 ‘재사용’이 아닌, ‘재활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와세다대학교는 ‘반전 수업’ 방식을 통해 과거 강의자료를 보조 자료로 제공하며, 실제 수업 시간에는 상호 토론과 질의응답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한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진은 MOOC에서 실시간 1:1 지원을 제공하는 ‘TeachNow’ 시스템을 개발해 이 시스템을 전 세계의 자원봉사 교사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학생들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험 결과, 이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의 수업 유지율이 약 15% 증가하였으며, 교사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의미 있는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 사례가 있다.

그 외에도 스탠퍼드대학교는 SMILE(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 Environment)이라는 모바일 학습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학생이 수업 중 질문을 직접 작성하고, 이를 공유·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교수자가 학생의 이해도와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이처럼 상호 피드백 기반의 학습 환경은 학생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뿐 아니라, 교수자가 학생의 수준에 맞춰 맞춤형 수업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 과거 강의자료도 단순 반복이 아닌 유의미한 학습 자원으로 재구성될 수 있었다. 이처럼 강의 콘텐츠 재사용을 단순한 ‘재탕’이 아니라, 상호작용 중심의 학습 도구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해외 대학에서 이미 실천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도 강의 콘텐츠 재사용 문제를 단순히 시간 효율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학습권과 교육 책임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교육은 콘텐츠의 ‘효율적 운영’이 아닌, 학생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완성된다.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구조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학생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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