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숙사 후보지' 폐교 화양초 1년째 방치중

기숙사 건립 놓고 학생-주민-임대업자 대립...조속한 합의 '절실'


신경민 양정혜 이지민
8/14/2025 5:36:14 PM 등록 | 수정 8/14/2025 5:36:37 PM
기획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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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기숙사 건립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화양초등학교 폐교 부지가 1년째 방치되고 있다.
광진구는 24년 4월부터 행복기숙사 건립 논의를 본격화했지만 학생과 주민, 임대업자의 소통부재로 공전중이다. 4년전 폐교한 화양초 부지는 더 이상 방치하면 위험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잇다.

◇관리부재와 소음 등으로 애물단지된 폐교

현재 화양초 부지의 일부는 23년 말부터 거주민 우선 주차장으로 임시 개방돼 있다.
당시 구청은 부지를 개방하면서 상주 인력을 배치해 출입자를 관리하고, 전지 작업 등으로 학교 수목도 관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현재 부지 내 건물은 특별한 용도 없이 방치되어 있고 관리인도 없는 상황이다.

소음 문제도 있다.
인근 거주 중인 60대 남성은 “작년에 학교에 학생들이 와서 악기 연주를 하는 것 같은 소음이 심했어요. 이에 주민들이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주민의 불만을 담은 민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폐교 부지의 활용 계획 수립도 지연되면서 현재의 방치 상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화양초 폐교와 부지 활용 경과

화양동의 화양초는 1983년 개교했다. 서울시는 21년 1월 4일부터 화양초 폐교를 염두에 두고 폐교 부지 활용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화양초 폐교와 관련한 학부모들의 의견과 광진구청의 제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23년 2월 28일 화양초등학교 폐교가 확정되며 논의는 본격화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해 3월 2일 교육청 폐교 부지 활용 계획을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폐교 부지에는 23년 학교 교육지원센터가 세워질 예정이었으며 25년에는 ‘화양역사관’과 더불어 공영주차장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에 따르면, 당시 부지에는 ‘청년 종합복지관’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구청장은 복지관 내 1인 가구 지원 센터를 운영해 공유 주방 등을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주민들은 21년과 22년, 두 차례의 의견 수렴에서 꾸준히 공공도서관, 생활체육시설, 공원 등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 23년 8월부터 기숙사 건립 추진...주민들은 반발

광진구의회 미래도시국장 오승제에 따르면, 청년복지관 건립으로 의견이 모이는 듯 했던 '화양초교 통폐합 기본계획 수립'은 23년 8월 30일부터 논의가 중단됐다.
광진구 미래도시국은 논의가 중단된 시점부터 화양초교 폐교 활용 관련 실무자 회의에서 행복기숙사 논의를 시작했다.
‘행복기숙사’는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덜고, 지역 인구 유입을 도모해 도심 공동화 현상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사학진흥재단 주체의 국책 사업이었다.

광진구는 24년 4월부터 행복기숙사 건립 논의를 본격화했다. 국무조정실, 교육부, 서울시 등이 참여한 실무협의체가 구성됐지만, 구의원들은 9월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1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이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거다.

당연히 반발이 심했다.
같은 해 10월 1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고민정은 사학진흥재단 이사장 이하운에게 화양동 주민의 의견을 들은 적이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12월 13일에는 화양동 주민 주관으로 ‘행복기숙사 건립 관련 화양동 주민대책 총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교육청과 사학진흥재단, 광진구의회 미래도시국 및 구청장이 참석한 총회에서 김경호 구청장은 대학생 기숙사 단독 건물이 아닌 체력 단련장 등 주민 편의 시설과 복합 시설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2월 19일 진행된 구의회 본회의에서 장길천 구의원이 미래도시국장 오승제에게 주민간담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구의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13일 개최된 주민대책 총회의 내용도 전달했다.
미래도시국 측은 요청을 승낙하고 주민간담회를 열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주민 설명회가 개최된 바는 없었다. 화양초 폐교 부지 활용 계획 수립은 4년 가까이 이렇다 할 답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 대학생 “주거 부담 해소 필요”…행복기숙사 건립 찬성

행복기숙사 건립에 대해 대학생들은 찬성하고 있다. 대학 내 기숙사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국대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대학알리미가 공개한 '신입생의 출신 고등학교 유형별 현황(2024)'에 따르면, 건국대 기숙사 수용률은 18.7%로 전국 평균 23.4%를 크게 밑돈다. 건국대는 특히 다른 수도권 대학에 비해 비수도권 출신 입학생 비율이 약 73%로 현저히 높다. 현재 전체 재학생 17,649명 중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은 3,309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건국대 재학생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숙사 부족을 지적했고, 화양초 폐교 부지 행복기숙사 건립에 찬성했다.
현재 기숙사에 거주 중인 한 학생은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님 지원이나 알바로 돈을 확보할 텐데 가장 큰 지출인 생활비에서 절감한다면 학생들 부담이 많이 준다”며 “안전한 주거 환경이 보장된다면 학생들도 마음 편히 생활하고 부모님께서도 많이 안심하실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인근 자취생 역시 "솔직히 지금 사는 곳이 학교 주변이라서 월세가 싼 편이 아니다. 월세랑 식비 등 합치면 꽤 부담되는 편인데, 행복기숙사가 지어지면 지출 부담이 줄 것 같다. 기숙사에 떨어진 친구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 “주민들을 위한 시설은 없어”…주민 반대 목소리

주민들의 입장은 학생들과는 대비된다. 주민들은 공공도서관, 주민 복지 시설 등을 원하기 때문이다.

능동에 30년째 살고 있는 A씨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처에 공공도서관이 없다. 제일 가까운 게 아차산숲속도서관인데, 멀고 규모도 작다. 주민들이 사용할만한 시설이 확충되지도 않았는데 대학생만을 위한 시설을 건설하자고 하니 반발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양동 주민 B씨는 "노령인구가 점점 늘 텐데, 대학생 전용 기숙사가 또 생긴다고 하니까 당연히 반발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신입생도 줄텐데 지금으로서는 노령 인구를 위한 복지 시설이나 주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동네에서 임대업을 하고 있는 C씨는 생계를 이유로 반대했다. 그는 "이 주변 임대업자들은 대부분 노후대비로 임대업을 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예민하다. 구옥을 임대로 내놓다보니 새로 지은 오피스텔이나 주택이 생기면 사람들은 그쪽으로 가게 될 거고, 그러면 지금의 원룸촌은 당연히 슬럼화가 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 행복기숙사 건립, 정말 임대업자들에게 피해일까

그러나 임대업자들의 주장은 기우하는 지적도 있다.
화양초 기숙사가 수용인원 700명 규모로 건립되고 여기에 건국대 재학생 350명이 입주한다고 가정하면, 기숙사 수용인원은 3,309명(18.7%)에서 3,659명(20.7%)으로 약 2%p 증가한다. 이는 임대업자들이 주장하는 피해가 실질적으로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실제로 행복기숙사 입주 대상과 화양동 세입자층이 달라서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임대업자도 있다.
부동산업 18년 경력의 공인중개사 D씨는 “화양초에 기숙사 짓는 걸로 피해가 크다고 그 분들은 생각하는데 나는 아닌 것 같다” 며 ”그런 조건에 맞는 사람들이 원룸 구하러 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 출신 여유 있는 집 자녀가 원룸 주 수요층인데 이런 학생들은 행복기숙사에 입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기존 임대 시장과 행복기숙사가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 주민 반발 격화...관련 기관 "소통으로 해결"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 주체인 사학진흥재단과 서울시교육청, 광진구청은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학진흥재단은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대해 당초 계획했던 1인실 구조 기숙사를 2인실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1인실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기존 원룸에 계속 거주하도록 유도해 임대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입주에서 탈락한 학생들을 인근 원룸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과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합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들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평생교육시설, 공영주차장 등 주민 편의시설 조성도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광진구청도 올해 두 차례 간담회를 개최하며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확정된 간담회 일정은 없는 것으로 전했다.

한편 토지 소유권자인 시교육청은 취재팀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 폐교 부지 방치는 모두에게 손해, 타협과 소통 필요

전문가들은 폐교 부지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화양초 주변이 저층 건물이고 노후 주택이 많아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좋지 않다”며, 장기적으로 도시 계획적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처럼, 지역에 낡은 빈집이나 폐허가 방치되면 주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대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숙명여대 교육학과 송기창 교수는 “교육공간이 없어지면 젊은이들이 떠나가거나 유입되지 않아 지역 경제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교육공간 상실로 인해 화양동이 받을 피해를 암시했다.
송 교수는 “대학생 공공서비스는 대학생의 이익에 부합하고, 교육 기회 확대에 필요한 시설”이라며, “주민들의 반대는 기회의 균등성과 공공의 이익 실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지를 계속 방치할 경우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방치된 공간은 주변 환경을 저해하고 지역사회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건국대 학생 중 73%가 비수도권 출신임에도 기숙사 수용률이 18.7%에 그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행복기숙사 건립은 단순히 학생들의 주거 부담 해소를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이다.

주민과 지자체 간 갈등으로 폐교 부지가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의 주거 문제 해결과 지역 발전을 위해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 공공성과 실효성을 모두 고려한 현실적 방안 마련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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